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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 1위' 버추얼 아이돌, '현실'로 나오다


1998년에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은 가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로 활동했다. 당시 '아담'은 아이돌로서 인간적인 매력이 부족하여 어필이 힘들었지만, 근래 등장한 버추얼 아이돌은 실제 아이돌이 연예계 활동을 통해 노래 외의 매력을 어필하듯이 콘서트와 팬미팅 등을 진행하며 팬층을 끌어모으는 데에 성공했다. 

 

겉모습만 보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라는 편견이 들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인 일본이 아니라 한국의 버추얼 아이돌이 크게 흥행하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현실과 가상을 연결한 일명 '메타버스' 시대는 코로나19로 인해 큰 주목을 받아 성장하게 되었고, 그의 일환으로 2021년에 데뷔한 '이세계아이돌'은 인기에 힘입어 음반 판매 부문에서 인기 아이돌급의 성과를 보이고, 웹툰 등장뿐만 아니라 언론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이후 2023년에 데뷔한 '플레이브'는 실제 아이돌처럼 음악방송 1위와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냈고, 특히 2020년 이후로 데뷔한 보이그룹은 음악방송에서 1위를 수상한 적이 없었는데, 버추얼 아이돌인 플레이브가 그 기록을 깨며 흥행을 입증했다. 

 

처음 플레이브가 버추얼 아이돌 활동을 시작할 때는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으로 인한 한계로 인해 좋은 곡을 따오지 못했다. 그러자 멤버들이 직접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에 안무까지 직접 해결하며 아이돌의 행보를 시작했다. 이런 행보는 과거 캐릭터에 열광하는 것에 일반적이지 않다는 시선을 줄이는 데에 크게 일조했다. 크게 늘어난 플레이브의 팬층은 '플레이브의 실체'는 뒷전으로 하고, 그들의 음악과 춤, 그리고 활동에만 오롯이 집중하게 된 것이다. 

 

플레이브의 팬들은 실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관련된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브 뒤의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플레이브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사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불거진 아이돌 세계의 논란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인기 아이돌 에스파의 멤버인 카리나는 열애 사실을 당당히 공개했으나 여론의 뭇매에 결국 자필 사과문을 제출해야 했다. 팬들에게 사랑을 받기 때문에, 연애와 같은 사생활은 안된다는 논지에 따른 것이다. 이에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플레이브의 팬들이야말로 '가수'를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근접한 이들이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버추얼 아이돌은 점점 아이돌 문화의 주류에 가까워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