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치

사전투표 앞두고 국힘 '단일화’ 압박..이준석 "담판 없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간의 단일화 가능성이 여전히 정가의 중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 후보 등록 이후 단일화의 1차 시한으로 여겨졌던 25일, 즉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날까지 양측의 합의가 불발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단일화 효과는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됐다는 평가다. 투표용지 인쇄 이후에는 사퇴한 후보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그대로 기재되고, 투표소에 ‘사퇴 안내문’이 부착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권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메시지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는 아직 사전투표가 시작되기 전인 29일까지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막판 극적인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단일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이준석 후보를 향한 정치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6일 SNS를 통해 “이번 대선을 확실한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가 절실하다”며, “이준석 후보도 범죄피고인이 ‘총통’으로 등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대의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단일화를 압박했다. 또 “그렇지 않다면 유권자들이 사표를 방지하기 위한 ‘투표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고도 밝혔다.

 

김문수 후보 측 역시 적극적이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충남 공주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계속 한뿌리였으니 노력하겠다”며 단일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재원 비서실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는 국민적 여망이며, 보수 진영 재결집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라며, “정치적 실리와 대의명분 모두를 고려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하는 것이 결국 정치적 미래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정치 지도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확고히 선을 긋고 있다. 서울 종로 유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일화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단일화 담론으로 오히려 이재명 후보를 돕고 있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이 실상은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낸 데에 감사를 표하면서, ‘이준석 정치’의 정당성과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단일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최근 TV 토론 이후 여론 흐름의 변화 때문이다. 1강 체제를 유지하던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세를 보이며 40%대 중후반으로 떨어졌고, 김문수와 이준석 두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상승하며 합산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이재명 후보를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30%대 중반, 이 후보가 8\~10%대를 기록하며, 단일화 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겨난 것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사례를 예로 들며, 이번에도 사전투표 전날 극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사전투표 하루 전 극적으로 단일화를 선언했고, 그 효과는 실제로 투표 결과에도 반영됐다. 윤 후보는 최종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0.73%p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내에서는 27일 예정된 3차 TV토론 이후 본격적인 단일화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이준석 후보와 정치적 인연이 있는 김용태 비대위원장과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직간접적인 물밑 접촉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이 후보를 의식해,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차단하는 당헌·당규 개정 절차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포착되며, 이를 ‘이준석 달래기’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단일화의 성사 여부는 이준석 후보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결단이 남은 대선 구도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 변수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보수 진영이 분열의 책임론과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 심리를 어떻게 견인해 낼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