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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경고한 '과일릭' 열풍

최근 요식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과일릭(과일+홀릭)’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과일에 대한 애착과 집착 수준의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과일이 단순한 식재료나 음식의 장식 요소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과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비주얼 중심의 메뉴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식탁뿐 아니라 SNS상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일이 주는 신선한 이미지와 화려한 색감, 풍부한 맛이 소비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애플레이션(Apple+In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직접 생과일을 구매해 먹기보다는 디저트나 음료 형태로 소비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인 6월부터 8월까지 수박, 참외, 복숭아, 자두, 포도 등 제철 과일들이 풍성하게 출하된다. 이들 과일은 비타민,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식이섬유 함량도 높아 건강한 음식으로 각광받는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과일에는 천연 당분인 프럭토스(fructose)가 함유돼 있어 과도한 섭취 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프럭토스는 단순당의 일종으로, 자연 상태에서 과일이나 채소와 함께 섭취될 경우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 식이섬유와 함께 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프럭토스가 간에서 주로 대사되기 때문에 과도하게 섭취하면 중성지방으로 전환돼 체내에 축적되고, 비알콜성 지방간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또한 프럭토스는 포도당과 달리 혈당을 즉각 올리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많이 섭취할 경우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고 지방 축적을 촉진해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최근 과일릭 트렌드가 문제되는 이유는 생과일만을 섭취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과일 주스, 스무디, 빙수, 말린 과일,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가공 과일 제품을 함께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본래 과일이 가진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은 줄고 당분과 칼로리는 오히려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잉 섭취는 혈당 스파이크, 지방간, 체중 증가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동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황혜림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미디어와 SNS의 영향력 확대가 음식 트렌드를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우리의 식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왔다”며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음식이라도 과도한 섭취는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단과 적정 섭취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는 입맛이 떨어져 밥 대신 과일이나 디저트류 간식을 더 자주 찾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섭취량과 가공 여부를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등 위험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일 섭취 시에는 가공되지 않은 생과일을 중심으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식사 후 디저트보다는 식사 사이 간식으로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혈당 조절에 더 도움이 된다. 황 과장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당 함량이 낮은 과일을 우선 선택하고, 과일 주스나 빙수 등 가공된 과일 제품은 첨가당, 유제품, 시럽 등이 포함되어 혈당과 칼로리를 높일 수 있으므로 주 1~2회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가공 제품을 구매할 때는 영양성분표를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과일릭 트렌드는 과일을 새로운 문화적, 미식적 가치로 재해석하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과일 섭취에 내포된 건강 위험성도 함께 인식하는 균형 잡힌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여름,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기기 위해서는 과일을 적절히 즐기되, 당과 칼로리 과잉 섭취를 피하는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