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공연 당일 취소 불가? 대형 예매 플랫폼의 배짱 영업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유행에 힘입어 국내 공연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예매 문화가 활성화됐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권익은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주요 공연 예매 플랫폼 4곳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 대부분이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달리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티켓 취소 및 환불 규정을 적용하고 있었다. 법적으로 보장된 소비자의 권리가 플랫폼 사업자가 임의로 정한 내부 규정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소비자는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을 경우 공연 당일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예매를 취소할 수 있으며, 이때 티켓 요금의 90%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소비자원이 조사한 120개 공연의 예매처인 플랫폼 4곳 모두가 이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공연일 전날 오후 5시나 오전 11시 등 자체적으로 설정한 특정 시간을 취소 마감 시한으로 정해두고, 이 시간이 지나면 취소나 환불이 아예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심지어 3곳은 규정 안내 페이지에 '공연 당일 취소 시 90% 공제 후 환급'이라는 문구를 버젓이 기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당일 취소가 가능한 공연이 단 한 건도 없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정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우편으로 배송된 티켓을 반환하여 취소할 경우,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 기준 시점을 소비자가 우체국 등에서 티켓을 발송한 날이 아닌 '플랫폼 본사에 티켓이 도착한 날'로 삼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이나 분실, 오배송 등의 모든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독소 조항이다. 이 밖에도 공연 관람에 필수적인 정보 제공 역시 미흡했다. 조사 대상 120개 공연 중 무대 일부가 보이지 않는 '시야 제한석'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안내한 경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48.3%), 교통약자인 휠체어 이용 관객을 위한 좌석 예매는 64개(53.3%) 공연에서 여전히 온라인 예매가 불가능하고 전화로만 가능하게 하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차별적인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러한 플랫폼들의 불공정한 운영 방식과 맞물려 실제 소비자 피해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공연 티켓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총 579건으로, 2023년의 186건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폭증했다. 이에 소비자원은 해당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맞춰 공연 당일 취소 및 환불 절차를 마련하고, 반환 티켓의 취소 수수료 부과 기준일을 '발송일'로 변경하며, 휠체어석의 온라인 예매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도 공연 예매 시 주관사의 신뢰도를 미리 확인하고 계약 조건을 꼼꼼히 살피며, 만일의 분쟁에 대비해 거래 내역 등 증빙 자료를 반드시 확보해 둘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