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안전자산 금의 배신, 하루 30% 폭락의 비밀
전통적 안전자산의 상징이었던 금과 은의 위상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과 은은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닌,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투기성 '밈 자산'처럼 거래되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때 가장 확실한 피난처로 여겨졌던 귀금속 시장이 이제는 위험자산보다 더 예측하기 어려운 전쟁터로 변모한 것이다.이러한 혼란의 중심에는 중국의 막강한 개인 투자자 그룹, 이른바 '아줌마 부대'가 자리 잡고 있다. 자국 내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주식 시장의 불안정, 낮은 예금 금리에 실망한 이들이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 금과 은에 대거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막대한 자금력은 이제 국제 금 시세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실제로 중국 투자자들의 '금 사랑'은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 투자자들이 사들인 금괴와 금화는 약 432톤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28%나 급증한 수치다. 이로 인해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금 거래량과 중국 내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액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을 압도했다.
이러한 흐름은 금과 은의 가격 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과거 금값은 주로 거시 경제 지표나 달러 가치에 따라 움직였지만, 이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특정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밈 주식' 현상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ETF를 통해 개인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가격 상승이 또 다른 매수를 부르는 투기적 되먹임 현상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벌어진 사상 최대 규모의 금·은 가격 폭락 사태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파적 인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소식에 달러 강세 기대감이 커지자, 중국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이들의 투매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금과 은 가격을 수십 년 만의 최대 하락률로 밀어 넣었다.
결과적으로 금과 은은 하루에도 두 자릿수 등락을 거듭하는, 더 이상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헤지 자산으로 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현재 금 시장이 자산의 내재가치보다는 오직 시장의 수급과 운동량(모멘텀)에 따라 움직이는 극단적인 위험자산처럼 변질되었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