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브로드웨이 사로잡은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4관왕→10개 부문 후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미국 뮤지컬계에서 화려한 수상 성적을 거두며 K-뮤지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열린 ‘2025 외부 비평가 협회상(Outer Critics Circle Awards)’ 수상작 발표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최우수 브로드웨이 뮤지컬상 ▲최우수 뮤지컬 극본상 ▲최우수 음악상 ▲최우수 뮤지컬 연출상 등 주요 부문 4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열린다.

 

이번 수상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무대에서 이룬 다수 성과 중 하나다. 이 작품은 지난 7일 ‘제89회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에서 뮤지컬 작품상을 수상했고, 16일 열린 ‘제91회 드라마 리그 어워즈’에서는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미국 내 유서 깊은 시상식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한국 창작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지혜 작가와 박천휴 작가의 대본, 박천휴 작곡가의 음악으로 2016년 한국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인간을 대신해 일상 업무를 보조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에게 버림받은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품는 로봇들의 사랑과 상실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으로 호평받아 왔다.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는 정교한 연출과 미국 관객들에게도 통하는 감성적 서사, 세련된 무대와 음악이 어우러지며 작품의 매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뮤지컬의 주요 줄거리는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낡고 구식이 된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요양원에서 처음 만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새로운 감정을 배워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인간을 보조하는 AI 로봇이라는 차가운 기계 설정에도 불구하고, 두 로봇이 주고받는 감정과 상처, 위로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사랑은 프로그램할 수 없다”는 작품 속 대사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 감정이 만들어내는 변화와 성장의 이야기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브로드웨이 현지에서도 관람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뉴욕 현지 공연장을 찾은 한 관객은 “인간보다 더 따뜻한 로봇들의 사랑 이야기에 울고 웃었다”며 “극장을 나오는 순간에도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뮤지컬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섬세한 서사와 세련된 음악, 감성적 연출이 어우러진 작품은 드물다”며 “한국 창작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이런 감동을 전한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작품의 음악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전자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넘버들은 이야기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특히 주인공 올리버와 클레어가 함께 부르는 듀엣곡 ‘이 순간을 기억해’는 이번 시즌 최고 듀엣 넘버로 손꼽히며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또한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무대 연출, 빈티지한 소품 사용, 따뜻한 조명 등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조화롭게 뒷받침한다는 평가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6월 8일 개최되는 제78회 토니 어워즈에서도 유력한 수상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 오케스트레이션,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의상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 음향디자인상 등 총 10개 부문 후보에 지명돼 있으며, K-뮤지컬 최초의 토니상 수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NHN링크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이 예정돼 있어 국내 팬들과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브로드웨이 공연은 오픈런으로 진행 중이며, 2026년 1월 17일까지의 티켓이 이미 오픈된 상태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