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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전 '범죄자'로 낙인찍힌 성폭력 피해자에게 검찰이 한 말

 61년 만에 검찰이 피고인을 향해 깊이 고개 숙여 사과한 역사적인 순간이 있었다. 지난 7월 23일, 부산지방법원 352호 법정에서 검찰은 최말자씨를 향해 "검찰의 역할은 범죄 피해자를 범죄사실과 사회적 편견,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하는 것임에도 과거 이 사건에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작동했다"며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을 최말자님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고 깊이 사죄했다.

 

이어 검찰은 "1964년 5월 6일 발생한 이 사건은 갑자기 가해진 성폭력 범죄에 대한 정당한 방위 행위"라며 "과하다고 할 수 없으며 위법하지도 않다"고 밝히며 무죄를 구형했다. 이 순간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고, 전국 각지에서 최씨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무죄 구형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최말자씨는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재심을 거쳐 61년 만에 무죄 구형을 받아낸 것은 스스로를 지키기를 포기하지 않은 끝에 세상을 바꾼 최씨와 그를 도왔던 변호인단, 여성단체 활동가,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만든 승리였다.

 

이 역사적인 재판 현장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한 사람이 있었다. 최씨를 피고인이 아닌 '최말자님'이라고 존중하며 지칭하고 깊이 사죄했던 단발머리 검사, 바로 정명원 부산지검 공판부 부장검사다. 그는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 부장검사는 자신을 "문장을 쓰는 일에 애착을 지닌 인간"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법정에서 오가는 앙상한 언어들 속에서도 "사람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기 위해 애쓰는 검사다. "공판검사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늘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라는 사실을 "겨우"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에는 저자가 직업인으로서 '더 나은 검사'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투했던 과정과 그가 마주했던 사람들의 세계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단순한 법조인의 회고록이 아닌,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정의에 대한 고민이 깃든 기록이다.

 

최말자씨 사건은 아직 최종 선고가 남아있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61년 전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을 방어한 행위가 범죄로 낙인찍혔던 과거의 오판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검찰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무죄를 구형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와 법의 진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법정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 검사의 모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