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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사실은 '그들'만의 잔치였다…오픈AI 50억 달러 적자가 폭로한 진실

이처럼 AI 버블론이 고개를 드는 시점에, 실리콘밸리의 치열한 생태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책 'AI 타이탄들의 전쟁'이 국내에 출간되어 주목받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 경력의 뉴욕타임스 전문 기자인 저자 게리 리블린은 오픈AI의 내부 갈등부터 빅테크 간의 패권 다툼, 그리고 실리콘밸리 권력 지도의 격변을 심도 있게 추적한다.
저자가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다. 과거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차고에서 시작한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를 제패하던 '신화'는 AI 시대에 더 이상 불가능하다. 생성형 AI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 수백만 달러의 컴퓨팅 비용이 들고, 성공적으로 출시한 후 사용자를 유지하는 데는 수십억 달러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픈AI는 지난해 3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빅테크가 아닌 이상 AI 기업이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낳는다.
어마어마한 '속도전' 역시 버블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다. 링크트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만든 사람 마음에 들 정도의 제품이라면 이미 출시 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말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챗GPT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둘러 세상에 공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출혈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준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사례는 AI 스타트업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I 업계의 스타였던 그는 '사람처럼 대화하는 AI'를 목표로 챗봇 '파이(Pi)'를 개발하며 15개월 만에 13억 달러(약 1조 7천억 원)라는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 스타 창업자, 최고의 인재, 막대한 자금까지 성공의 모든 요소를 갖췄지만, 시장 점유율 2%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직원 대부분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에 흡수되었다.
과거 인터넷 시대를 힘으로 장악했던 MS의 그림자가 AI 시대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MS는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단숨에 AI 시장의 선두 주자로 올라섰고, 이제는 가장 공격적으로 AI 인재와 기술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타이탄'이 되었다. 저자는 챗GPT 출시 이후, 이미 소수의 빅테크가 생성형 AI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고백한다. 아무리 세상을 바꿀 제품을 만들어도, 거대 기업의 자금력을 이기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냉정한 진단이다.
결국 이 책은 1조 달러 규모의 AI 시장이 순수한 기술 경쟁이 아닌, 자본과 규모, 전략적 제휴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초격차 게임'이자 '왕좌의 게임'임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AI는 버블인가, 과도기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는 대신, 기술 중심에서 자본 중심으로 이동하는 실리콘밸리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독자에게 더 큰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