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동료들 줄줄이 쓰러지자 찾아온 '역대급 기회'…이강인, 부상 복귀전이 '인생 경기' 될까?

 파리 생제르맹(PSG)을 덮쳤던 절망적인 부상 악령 속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개막을 앞두고 팀의 핵심 자원들이 줄줄이 쓰러지며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상황에서, 발목 부상으로 신음하던 이강인(24)이 기적처럼 그라운드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랑스전에서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질 때만 해도 장기 결장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지만, 불과 이틀 만에 모든 예상을 뒤엎고 팀 훈련에 합류하며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게 천금 같은 옵션을 제공했다.

 

PSG의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9월 A매치 기간에 차출되었던 우스망 뎀벨레, 자이리 에메리, 데지레 두에가 모두 전력에서 이탈한 데 이어, 리그앙 4라운드 랑스전에서는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루카스 베랄두, 그리고 이강인까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뽐내야 할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 아탈란타전을 앞두고 주전급 선수들의 연쇄 이탈은 그야말로 초비상 사태였다. 엔리케 감독조차 경기 직후 "아직 알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기에 팬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우려의 먹구름은 순식간에 걷혔다. PSG가 발표한 공식 부상자 명단에서 이강인의 이름이 빠진 것이다. 곧이어 공개된 팀 훈련 영상에서 그는 동료들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패스를 주고받는 등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들도 앞다투어 긍정적인 소식을 전했다.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이 공을 다룰 때 발목에 약간의 불편함은 느끼지만, 달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도했고, 'RMC스포츠'는 "메디컬팀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났다"며 사실상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음을 알렸다.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에 가장 기뻐한 것은 단연 엔리케 감독이었다. 그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 직접 나서 "이강인은 스쿼드에 포함될 것이다. 확실히 출전 가능하다"고 단언하며 모든 의구심을 종식시켰다. 함께 부상을 당했던 크바라츠헬리아에 대해서는 "컨디션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이강인에 대해서만큼은 확신에 찬 신뢰를 보내며 그의 복귀가 팀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분명히 했다. 주전급 윙어 자원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서,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하며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이강인의 복귀는 PSG의 공격에 숨통을 틔워줄 결정적인 카드가 될 전망이다.

 

사실 이번 부상은 이강인 개인에게도, 그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지난 시즌 팀의 사상 첫 트레블 달성에 기여하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지만,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출전 시간이 줄어들며 아쉬움을 남겼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다수 구단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PSG 잔류를 택한 것은,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다. 만약 이번 부상이 장기화되었다면, 주전 경쟁은커녕 팀 내 입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뻔했다.

 

물론 당장 선발 출전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엔리케 감독이 부상에서 막 복귀한 선수를 무리하게 선발로 내세우지 않는 성향을 고려할 때, 교체 출전을 통해 경기 감각을 조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아탈란타전에 나설 수 있는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동료들의 줄부상이라는 위기가 역설적으로 그에게는 다시 한번 자신의 필요성을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로 찾아온 셈이다. 쓰러졌던 이강인이 다시 일어서자, 위기에 빠졌던 PSG도 웃음을 되찾았다. 이제 모든 것은 피치 위에서 그의 발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