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33세이브 마무리 투수의 눈물…김서현, 영웅에서 역적이 되기까지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한 걸음을 남겨뒀던 한화 이글스가 믿을 수 없는 역전패로 주저앉았다. 5차전이라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지만, 단순히 1패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패배였기에 선수단 전체가 받은 정신적 충격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남은 가을야구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 한화는 경기 중반까지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6회 한순간에 무너지며 삼성에 4대7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 중반까지 분위기는 완벽한 한화의 것이었다. 1회 문현빈이 삼성 선발 원태인을 상대로 선제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고, 5회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한 스리런 홈런까지 작렬시키며 원태인을 완전히 강판시켰다. 4대0 리드, 마운드에는 안정적인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었기에 한화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삼성의 저력은 무서웠다. 6회, 선두타자 김지찬의 3루타로 반격의 서막을 열었고, 이어진 구자욱의 타구를 좌익수 문현빈이 어설프게 처리하며 1타점 적시타를 만들어주면서 균열이 시작됐다.

 


결국 무사 1, 2루라는 최대 위기 상황이 만들어지자 한화 김경문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마운드에 올린 투수는 바로 정규시즌 33세이브에 빛나는 마무리 김서현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패착이 되고 말았다. 김서현은 정규시즌 막판부터 구위가 급격히 흔들리며 1위 도전을 좌절시킨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고, 이번 포스트시즌 1차전에서도 세이브 상황에 등판했다가 홈런을 맞는 등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상태였다. 흔들리는 그를 최대 위기 상황에 투입한 것은 그를 살리기 위한 배려가 아닌,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낳은 도박에 가까운 수였다.

 

김서현은 첫 타자 디아즈를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문제는 다음 타자 김영웅이었다. 이번 가을, 타율 6할을 넘나들며 삼성 타선을 이끌고 있는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였다. 김서현은 초구와 2구,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연달아 뿌리며 김영웅의 헛스윙을 유도해 순식간에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2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선점했다. 모두가 변화구나 바깥쪽 유인구를 예상하는 순간, 김서현의 선택은 또다시 직구 정면승부였다. 153km짜리 공은 한가운데로 몰렸고, 이미 직구 타이밍에 눈을 맞춘 김영웅의 방망이는 여지없이 불을 뿜었다. 타구는 그대로 동점 스리런 홈런으로 이어졌고, 그 순간 경기의 흐름은 완벽하게 삼성으로 넘어갔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왜 유인구 하나를 던질 여유가 없었는지, 그 공 하나가 한화의 가을야구 전체에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는지 곱씹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