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이겼는데 왜 웃지를 못하니…다저스, '승리'하고도 '대기록' 놓친 전대미문의 불운

그 비극적인 드라마의 두 번째 장은 9일(한국시각)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경기에서 펼쳐졌다. 이날 다저스는 3-1로 승리했지만, 경기 결과보다 더 큰 스포트라이트는 9회에 무산된 '팀 노히트'에 쏠렸다. 선발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는 허리 뭉침으로 등판이 미뤄졌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1회부터 삼진 3개를 솎아내며 압도적인 투구를 시작했다. 비록 2회 볼넷과 도루,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주며 잠시 흔들렸지만,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위기를 넘긴 글래스노우는 괴물 같은 모습으로 돌변했다. 3회에도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 없이 막아냈고, 4회부터는 콜로라도 타선을 그야말로 압살하기 시작했다. 4회 삼자범퇴, 5회 하위 타선 봉쇄에 이어 6회에는 다시 한번 'KKK' 이닝을 만들어내며 다저스타디움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그는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은 채 7이닝 무피안타라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대기록의 향기는 더욱 짙어졌다. 바통을 이어받은 불펜 투수 블레이크 트레이넨이 8회를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막아내면서, 이제 아웃카운트 단 3개만이 남은 상황.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팬들은 팀 통산 27번째 노히트 달성을 기대하며 숨을 죽였다. 하지만 9회, 야속한 운명은 또다시 다저스의 편이 아니었다. 마무리 투수 태너 스캇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타자 라이언 리터에게 던진 공이 좌익선상 2루타로 연결되면서 모든 꿈이 산산조각 났다. 스캇은 이후 세 타자를 침착하게 처리하며 팀의 승리는 지켜냈지만, 선수단과 팬들의 얼굴에는 허탈함이 가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단발성 불운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불과 이틀 전인 7일,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앞세워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9회 2아웃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아웃카운트 단 하나, 투구 하나에 대기록이 걸린 순간, 야마모토는 잭슨 홀리데이에게 통한의 홈런을 허용하며 눈앞에서 대기록을 놓친 바 있다.
결국 다저스는 3경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이나 9회에 노히터가 무산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갖게 되었다. MLB.com의 사라 랭스는 이 사실을 확인하며 다저스의 기이한 불운을 조명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글래스노우는 정말 훌륭했다. 중요한 건 팀이 이겼다는 사실"이라며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승리의 기쁨과 함께 두 번의 대기록 무산이라는 짙은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