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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냐 '혹사'냐… 김경문 감독의 '마이웨이', 정우주 첫 등판에 팬덤 '들썩'

 한화 이글스의 미래, '슈퍼루키' 정우주(19)의 데뷔 첫 선발 등판이 팬덤 전체를 거대한 논쟁의 장으로 몰아넣었다. 15일 대전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그간 불펜에서만 모습을 보였던 그가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자 팬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결과는 2⅓이닝 2실점. 이 짧은 이닝 속에 담긴 희망의 단서와 불안의 그림자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정우주는 최고 시속 154km에 달하는 강렬한 직구와 함께, 새롭게 연마한 비밀무기인 커브를 선보이며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실제로 그는 4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동안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고, 특히 커브와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활용해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장면은 그의 잠재력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이를 근거로 "이미 불펜에서 안정감을 증명한 투수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미래를 위한 소중한 경험"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반대편의 목소리는 훨씬 더 거칠고 격렬했다. 3회 들어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은 뒤 연속 실점으로 이어지고, 눈에 띄게 구속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자 우려는 곧 분노로 바뀌었다. 팬 게시판에는 "경험도 없는 신인에게 무슨 선발이냐, 정신 나간 발상이다", "이러다 애 하나 망가뜨린다. 명백한 혹사"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이제 막 1군 무대에 적응하기 시작한 유망주를 굳이 낯선 선발 보직에 올려 심리적, 육체적 부담을 안길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팬들의 극단적인 갑론을박 속에서, 김경문 감독의 '큰 그림'은 명확했다. 이번 선발 기용은 당장의 1승을 위한 무리수가 아닌, 팀의 미래를 위한 계획된 투자이자 실험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부터 "투구 수를 50~60개로 제한할 것"이라고 공언하며 정우주의 어깨를 보호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의 목표는 승리가 아닌, 정우주가 '선발 투수'로서 타자들과 어떻게 승부하는지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제한된 투구수 안에서 다양한 구종을 시험하고, 위기 상황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실전 데이터를 축적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결과적으로 정우주의 첫 선발 등판은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과제였다. 2실점이라는 결과는 아쉬웠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가능성과 경험의 가치를 고려하면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팬들이 우려하는 스태미너와 위기관리 능력 부족은 모든 신인 투수가 겪는 성장통이며, 오히려 이러한 조기 교육을 통해 더 단단한 선발 투수로 거듭날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정우주는 남은 시즌 몇 차례 더 선발 기회를 부여받으며, 내년 시즌 한화 이글스 마운드의 당당한 한 축으로 성장하기 위한 담금질을 계속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