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진짜 웃음' 보장한다는 역대급 코미디 연극의 정체

연극 '스카프'는 한때 잘나갔지만, 사랑했던 전처를 잃은 깊은 상실감에 빠져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는 비운의 작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의 앞에 어느 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영화감독이 나타난다. 그의 미완성 유작을 영화화하는 조건으로, 상상도 못 할 거액의 돈을 제시한 것이다.
이때부터 걷잡을 수 없는 소동이 시작된다. 거액의 돈을 손에 넣고 싶은 작가의 현처 '윤경'은 엉뚱하고 발칙한 계획을 세운다. 바로 배우 '경구'를 고용해, 죽은 전처의 영혼에 빙의된 척 연기를 시키는 것. 작가의 마음을 흔들어 어떻게든 계약을 성사시키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어설픈 사기극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죽은 전처가 생전에 아꼈던 '스카프'를 매개체로 가짜 연기를 펼치던 배우에게, 실제로 전처의 영혼이 빙의되는 기막힌 사건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처럼 '가짜가 진짜가 되는' 기상천외한 상황 속에서, 연극은 돈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 사랑과 질투,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매우 유쾌하고 날카롭게 파헤친다. 단순한 슬랩스틱이나 말장난을 넘어, 탄탄한 서사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관객의 허를 찌르는 웃음을 유발하며 제8회 1번출구연극제에서 뜨거운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작품의 작·연출을 맡은 박상협 대표는 "억지웃음이 판치는 시대에, 제대로 된 한국판 정통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로 이 작품을 창작했다"며,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 형식적인 웃음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참 웃음'을 가져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앙코르 공연에는 전세기, 김상원, 박호진, 변나라, 이윤경, 정성조, 주재후, 이태희, 류승주, 박상협 등 초연을 빛냈던 실력파 배우들이 다시 뭉쳐 한층 더 깊어진 호흡과 농익은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극단 화담은 2023년 무언극 '날개'로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서 대상, 연출상, 연기상을 모두 휩쓸며 3관왕을 차지한 저력 있는 창작 집단이다. 이후 '좀비', '가스라이팅' 등 강렬한 블랙코미디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와 신선한 충격을 통해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공연 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플러스의 '2025 담금질 프로젝트 '예술에 담그다''의 후원을 받아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