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데스크

"원래 혼자 안 보낸다"…동료들 증언으로 재구성된 '영웅의 마지막', 미흡한 대처 논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새벽의 갯벌, 한 시민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젊은 해양경찰관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건넨 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갯벌에 고립된 70대를 구조하다 순직한 고(故) 이재석(34) 경사의 비극적인 소식에 동료들과 국민들의 애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왜 그는 위험천만한 야간 갯벌에 '혼자' 출동해야만 했을까.

 

지난 11일, 인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경사의 빈소. 비통함 속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의 사촌형 김민욱(48)씨는 "재석이가 왜 혼자 출동했는지, 대처는 왜 이리 미흡했는지 그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이 제기하는 가장 큰 의문은 '나 홀로 출동'이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야간 드론 순찰 업체로부터 "열화상 카메라에 사람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이니 확인해달라"는 협조 요청이 파출소로 접수됐다. 문제는 그 시각이 물살이 가장 거세지는 대조기 새벽이었다는 점이다. 김씨는 "당직은 통상 2인 1조로 서는데, 왜 동생을 혼자 보냈는지 물으니 나머지 한 명이 '팀장'이었다는 답을 들었다"며 "다른 해양경찰관들도 혼자 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위험이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에 경험 많은 간부가 아닌, 젊은 경장을 홀로 내보낸 경위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천해경 등의 설명을 종합해 재구성한 사고 당시 상황은 이렇다. 11일 새벽 2시 7분, 영흥파출소에 현장 확인 요청이 접수됐다. 이에 이 경사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고, 약 한 시간 뒤인 새벽 3시께 70대 노인 ㄱ씨를 발견했다. 구조 과정에서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ㄱ씨에게 건넸다. 하지만 함께 육지로 빠져나오던 중 거센 물살에 휩쓸려 실종되고 말았다.

 


해경은 함정 21척과 항공기 2대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ㄱ씨는 새벽 4시 20분께 항공기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이 경사는 실종 7시간 만인 오전 9시 41분, 영흥면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그의 마지막 온기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사고 당시 영상에는 이 경사가 별다른 추가 안전장비 없이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는 모습이 담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해경 관계자 역시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 아니었기에, 구조 장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초동 대처 시스템 자체에 허점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빈소를 찾은 동료들은 '항상 웃던 좋은 동료'를 잃은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한 동료는 "늘 웃는 얼굴로 출근하고, 당직 후 피곤할 텐데도 웃으며 인수인계하던 긍정적인 친구였다"며 "모든 동료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던 직원"이라고 그를 기억했다. 이 경사는 교육생 시절부터 각종 표창을 휩쓴 모범 해경이었으며, 사고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4일 마지막 생일을 맞았다. 그는 생일 당일에도 주꾸미 철을 맞아 해상 안전 관리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용진 해양경찰청장 등 각계의 조문이 이어졌다. 김 총리는 "정부로서 규정이 잘 지켜졌는지 확인하겠다"고 약속했고, 김 청장은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양경찰청은 이 경사를 경장에서 경사로 1계급 특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