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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자꾸 떨어뜨리는 아내…무심코 넘겼다간 '수술대' 오릅니다

이처럼 정교한 손의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구조물이 바로 손목 안쪽에 위치한 '손목터널(수근관)'이다. 부산 더탄탄병원 임극필 병원장(정형외과)은 "손목터널은 손목뼈와 인대 사이의 좁은 통로로, 정중신경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여러 힘줄이 함께 지나가는 중요한 길목"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 한정된 공간이 비좁아질 때 발생한다. 과도한 손목 사용으로 힘줄에 염증이 생기거나 부종이 발생하면 터널 내부의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고, 이로 인해 연약한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극심한 통증과 저림을 유발하는 '손목터널증후군'의 시작이다.
초기 증상은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손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는 정도지만,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져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진다면 이는 손이 보내는 명백한 위험 신호다. 증상이 진행되면 엄지손가락 근육이 약화되어 물건을 쥐는 힘이 약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컵이나 식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반복된다. 단순한 피로로 치부하고 방치할 경우, 신경 손상은 계속해서 진행될 수 있다. 자가 진단법으로 손목을 90도로 꺾어 1분간 유지했을 때 저림이 심해지는지 확인하는 '팔렌 검사'나 손목의 신경 부위를 가볍게 두드렸을 때 찌릿함이 느껴지는지 보는 '틴넬 징후' 등이 있지만, 이는 참고 사항일 뿐 정확한 진단은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치료는 증상의 진행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여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소염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 지속되는 중기에는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가 필요하며, 말기에 이르러 신경 손상이 심각해지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임극필 병원장은 "수술은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인대를 절개하여 좁아진 공간을 넓혀줌으로써 정중신경에 가해지는 압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신경 감압술'"이라며, "최근에는 작은 절개만으로 내시경을 이용해 수술을 진행하여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회복이 빨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유독 이 질환이 40~60대, 특히 50대 여성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임 병원장은 "폐경기 전후의 호르몬 변화가 체액의 불균형을 유발하고 손목 부위의 부종을 쉽게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평생에 걸친 가사노동, 육아, 그리고 최근 급증한 스마트폰 사용과 같은 반복적인 손목 사용 습관이 더해지면서 증상이 폭발적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이 시기 여성들에게는 손가락을 구부릴 때 '딸깍' 소리가 나며 통증이 발생하는 '방아쇠수지', 엄지손가락 쪽 손목에 염증이 생기는 '드퀘르베인병' 등 다른 손목 질환도 동반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손이 보내는 작은 통증과 저림은 결코 단순한 피로의 신호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당신의 손에 세심한 관심과 휴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