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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진이 '최대어'라고?…두산에겐 '투수도 야수도 다 잃는' 최악의 도박, 김주오 붙잡아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현장은 예상치 못한 선택 하나로 술렁였다. 1라운드 7순위 지명권을 가진 두산 베어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마산용마고의 외야수 김주오를 호명하자, 현장에서는 '깜짝 지명'이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최대어급 투수로 꼽히던 양우진(경기항공고)이 여전히 자리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충동적인 결정이 아닌, 팀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고려한 두산의 치밀한 계산이 깔린 포석이었다. '투수놀음'이라는 야구계의 오랜 격언을 잠시 외면하면서까지 두산이 야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번 지명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단연 양우진의 존재였다.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 정통파 투수인 그는 의심의 여지 없는 최대어급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팔꿈치 피로골절이라는 부상 이력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구단들은 신인을 선발할 때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시간을 들여 육성해야 할 대기만성형 자원인지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양우진은 부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당장 2026시즌 1군 마운드에 유의미한 보탬이 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성장 가능성을 지켜봐야 할 후자에 가까운 선수였다. 당장 외야 리빌딩이 시급했던 두산의 입장에서, 성장이 더딜 수 있는 투수를 1라운드에서 지명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도박이었다.

 


반면, 8순위에서 양우진을 지명한 LG 트윈스의 상황은 두산과 정반대였다. LG는 이미 리그 최상급의 풍족한 마운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군 복무를 마친 김윤식까지 돌아온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고우석의 복귀 가능성도 열려있다. 양우진이 수술과 재활을 거쳐 천천히 성장하더라도 팀 전력에 전혀 타격이 없는, 그야말로 '기다려줄 여유'가 충분한 팀이다. 과거 수술 이력이 있던 김영우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자신감 역시 LG가 과감히 양우진을 선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결국 양우진은 두산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었지만, LG에게는 시도해 볼 만한 '투자'였던 셈이다.

 

두산의 선택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 것은 또 다른 현실적인 계산이었다. 두산의 다음 2라운드 지명 순서는 전체 17번. 그사이 최소 두 팀 이상이 김주오를 노리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기에, 1라운드에서 김주오를 지나쳤다면 2라운드에서는 그를 뽑을 확률이 제로에 가까웠다. 만약 두산이 양우진을 지명했는데 그의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팀에 시급했던 핵심 야수 유망주마저 놓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또한, 올해 드래프트는 유독 상위 순번에서 야수 경쟁이 치열했던 반면, 내년 드래프트에는 즉시전력감 투수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 시즌 9위가 유력해 내년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예약한 두산으로서는, 올해는 확실한 야수를 확보하고 내년에 최상급 투수를 뽑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전략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