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생명까지 노리는 과다복용..'진통제도 과하면 독'

 국내에서 약물과 화학물질, 농약 등 독성물질에 의한 중독 환자가 매년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중독 원인은 의외로 치료약물로, 전체 중독 사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주의를 요한다. 약물이 오히려 몸에 독이 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배경과 위험성을 살펴보고,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된 진통해열제의 과다 복용 사례를 중심으로 관련 내용을 자세히 정리했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15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독 원인 물질은 치료약물이 50.8%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가스류 13.6%, 자연독성물질 12.4%, 인공독성물질 12.2%, 농약류 10.0%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연령층에서는 80.5%가 치료약물에 의한 중독으로 집계됐는데, 주요 원인 물질은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된 진통해열제 및 항류마티스제(20.6%), 그리고 벤조디아제핀계 약물(19.6%)이었다. 이로 인해 과다 복용 시 간 손상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져 응급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흔히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물이 ‘독극물 섭취’ 항목에 포함된 이유는 대량 복용 시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두통약이나 해열제로 널리 알려진 타이레놀의 주요 성분으로, 소량 복용 시 안전하지만,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어기고 과다 복용할 경우 치명적인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중독이 의심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해독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 독성 용량은 개인별로 차이가 크다. 음식 섭취 여부, 복용 간격, 음주 여부, 간 질환 유무 등에 따라 독성이 나타나는 임계치가 달라지며, 보통 성인의 경우 한 번에 체중 1kg당 150mg 이상 또는 24시간 내 7.5g 이상 복용 시 위험하다. 어린이용 타이레놀은 1알에 80mg, 성인용은 160mg 또는 500mg 등 다양한 용량으로 출시돼 있다. 문제는 일부 종합감기약에도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의사나 약사와 상담 없이 여러 종류의 감기약을 임의로 섞어 복용할 경우, 총 복용량이 과다해져 중독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 시 나타나는 독성 증상은 복용량, 복용 빈도, 치료 시작 시점에 따라 다양하다. 초기에는 소화불량, 메스꺼움, 구토, 창백, 피로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것처럼 보여도 위험 용량을 섭취한 경우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독성 증상은 복용 후 24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며, 24~~72시간 사이에는 간 손상이 진행되어 오른쪽 상복부 통증과 압통이 발생한다. 간 독성은 72~~96시간 후 절정에 달하며 혈액 응고 장애, 신장 이상, 뇌증, 급성 간부전 등으로 악화될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아세트아미노펜 복용량과 간 기능 상태에 따라 해독제 투여 여부가 결정된다. 해독제는 섭취 후 8시간 이내에 투여할 경우 효과가 가장 크다. 따라서 의심 상황에서는 즉시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적인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약물의 오남용이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특히 감기약이나 진통제 등 복용 시에는 반드시 의사나 약사의 지시를 따르고 복용량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가족이나 주변인들도 중독 위험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약품 보관과 복용 관리에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이번 질병관리청의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약물에 의한 중독 문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누구나 주의가 필요한 현실임을 시사한다. 약물이 독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개인의 올바른 복용 습관과 더불어 공공기관과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예방 교육과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