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데스크

'안락사 명단 보고 43마리 구했다'...충격의 유기견 구조 이야기

 부산 수영구에서 '포씨블 홈(pawssible_home)'이란 모임이 열렸다. 유기 동물의 '임보'나 입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는 자리였다. '포(paw)'는 동물의 발을 의미하며, '포씨블 홈'은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집을 꿈꾸며 만든 이름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분양, 입양, 임시 보호라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분양'은 판매업체에서 돈을 내고 구입하는 것이고, '입양'은 유기동물 보호소나 단체에서 새 가족을 맞이하는 것이다. '임시 보호(임보)'는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일시적으로 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임보를 하다 입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임보는 사람과 동물 간 궁합을 맞춰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행사를 기획한 최윤형 씨는 서울 직장 생활 중 힘든 시기에 유기견을 만났고,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약 20마리의 임보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입양이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임보라도 해보는 쪽으로 문화가 확산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송민재 씨는 혼자 지내는 어머니를 위해 유기견 쿠키와 레아를 입양했다. 두 반려견 덕분에 어머니는 하루 평균 1만 2000보를 걸으며 건강을 유지하고, 주변에 친구도 생겼다. 송 씨는 "지방 출장이 잦아 예전에는 혼자 있는 엄마가 걱정이었지만, 이제는 든든하다"고 말했다.

 

곽우림 씨는 펫샵에서 사기 싫어 2년을 기다리다 SNS에서 유기견 '춘식이'를 만났다. 박 씨는 "사춘기 아이들이 공부와의 전쟁을 치르며 사이가 벌어졌는데, 춘식이가 오면서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김유진 씨는 수술 후 퇴원하지 못하는 유기견을 임보하다 입양했다. 그의 반려견 '열무'는 늪지대에서 발견된 개로, 번식견으로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학대받고 유기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처음엔 내가 돌봐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나에게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상훈·배재원 씨 부부는 길에서 헤매던 유기견을 입양한 후, 반려견 유치원까지 운영하게 됐다. 김남희 씨는 안락사 명단에 오른 43마리를 보고 임보를 시작해 지금까지 36마리를 돌봤다.

 

참가자들은 반려동물이 주는 위로와 함께 산책 중 다른 보호자와의 교류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김유진 씨처럼 다리 수술받은 반려견을 데리고 다닐 때 보호자를 비난하는 사람들이나, 여성 혼자 산책할 때 언어폭력을 경험하는 등 불편한 상황도 있었다.

 

이날 모임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실용적 정보도 공유됐다. 1년 미만 강아지는 이갈이와 넘치는 에너지로 키우기 어렵고, 5살 이상이 관리하기 쉽다는 점, 품종견보다 유전병이 적은 믹스견이 키우기 편하다는 점 등이 언급됐다. 특히 외국에서는 믹스견이 건강하고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함으로 오히려 선호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부산시는 최근 반려동물과를 신설하고 대학 동물병원 건립, 반려동물 특화 거리 조성 등 인프라 확충에 노력 중이다. '포씨블 홈'은 8월 말 반려동물 영화제와 함께 입양제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