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데스크

계양산 정상 뒤덮은 '러브버그 시체 카펫..밟으면 '바스락'

 여름의 문턱을 넘어서며 붉은등우단털파리, 일명 '러브버그'의 대규모 출현이 전국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인천 계양산에서는 러브버그의 사체가 산 정상부를 검은 카펫처럼 뒤덮는 충격적인 광경이 포착되어 시민들의 우려와 불편이 증폭되고 있다. 온라인상에 공개된 영상과 사진들은 러브버그 떼가 하늘을 가리고, 죽은 개체들이 바닥에 쌓여 마치 검은 아스팔트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담고 있어 '재앙 수준'이라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발생은 러브버그가 단순히 '불쾌한 곤충'을 넘어 생태계의 미묘한 변화를 시사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러브버그는 붉은색 가슴과 검은색 날개를 가진 소형 곤충으로, 암수 한 쌍이 짝짓기 상태로 날아다니는 모습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본래 중국 동남부나 일본 오키나와 등 아열대 기후 지역에 주로 서식했으나, 2022년부터 국내 수도권 서북부 지역을 시작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까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따뜻해진 기온과 습한 환경이 러브버그의 번식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흥미로운 점은 러브버그가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아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다른 곤충이나 새의 먹이가 되는 '익충'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량으로 출몰하여 차량 부식, 건물 외벽 오염, 심지어 호흡 곤란을 유발할 정도의 밀집도를 보이는 등 생활 환경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돌발곤충' 또는 '생활불쾌곤충'으로 인식되고 있다.

 


러브버그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살충제를 이용한 대규모 방역보다는 친환경적인 퇴치 방식이 권장된다. 야간 조명 밝기 최소화, 방충망 점검, 외출 시 어두운색 옷 착용, 차량 자주 세차하기, 끈끈이 트랩 설치 등이 대표적인 예방 및 관리 수칙이다. 특히 벽이나 창문에 붙은 개체는 살충제 대신 물을 뿌리거나 휴지, 빗자루 등을 이용해 제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러브버그의 생태적 이점을 고려하고, 불필요한 살충제 사용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함이다.

 

다행히 러브버그는 생존율이 높지 않아 대규모 발생 이후 약 2주가량이 지나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7월 중순경에는 러브버그의 활동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의 러브버그 대란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지만, 매년 여름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함께 해충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계양산의 '러브버그 카펫'은 단순히 불편을 넘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