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물놀이’가 되레 병 키워..바닥 분수의 공포

바닥 분수의 구조는 저장된 물을 끌어올려 분사한 뒤, 사용한 물이 별도의 처리 과정 없이 다시 저수조로 돌아가 재이용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땀과 각종 노폐물이 분수 물에 섞이게 되고, 이러한 환경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는 온상이 된다. 따라서 바닥 분수는 깨끗한 물놀이터라기보다는 질병 감염 위험이 높은 공간이 될 수 있다.

특히 바닥 분수에서 아이들이 감염될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 중 하나가 바로 수족구병이다. 수족구병은 손과 발, 입안에 물집이나 붉은 반점이 생기는 질환으로, 콕사키 바이러스나 엔테로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되며, 바닥 분수와 같이 물이 고여 있고 깨끗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수족구병은 아이들 사이에서 침과 분비물, 대변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으며,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일수록 발병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수족구병은 신경계 합병증인 뇌수막염이나 뇌염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바닥 분수의 물을 무심코 삼키게 될 경우, 장염에 걸릴 위험도 매우 크다. 바닥 분수는 물이 고여 있어 노로바이러스, 대장균 등 장염을 일으키는 세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장염에 걸리면 설사,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잠복기가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1\~2주에 이르러 바닥 분수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장염 증상이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안과 질환인 결막염 또한 바닥 분수에서 유의해야 할 질병 중 하나다. 분수에서 논 후 아이가 눈을 자주 비비거나 충혈, 붓기 등이 나타나면 결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아폴로 눈병’이라 불리는 급성 출혈성 결막염이 흔하며, 이는 매우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성 결막염이다. 이 질병 역시 콕사키 바이러스와 엔테로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약 열흘간 자연 치유되지만 심한 경우 각막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놀이 후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눈을 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부 건강에도 바닥 분수는 악영향을 끼친다. 오염된 물 속에 서식하는 세균이나 곰팡이가 피부에 자극을 주면서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증상으로는 가려움, 따가움, 홍반, 진물 등이 나타나며, 특히 아토피나 습진 등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는 더욱 위험하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고인 물이나 맨발로 다니는 분수 주변에는 세균과 곰팡이 등 이물질이 많아, 피부에 상처가 있거나 민감한 피부 상태인 아이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오염된 물에 노출되면 피부염 발생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바닥 분수가 대부분 햇빛이 강한 그늘 없는 장소에 설치돼 있어 장시간 물놀이 시 자외선에 의한 열광화상 위험도 존재한다. 임 원장은 “물놀이 후에는 피부를 냉찜질로 진정시키고, 가려움이 있어도 긁지 말아야 하며, 깨끗한 물로 씻은 뒤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종합하면, 바닥 분수는 여름철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피서지이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수족구병, 장염, 결막염, 접촉성 피부염 등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크다. 부모와 보호자는 아이들이 바닥 분수에서 노는 동안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물놀이 후에는 반드시 깨끗한 물로 몸을 씻기며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자체 차원에서도 분수 물의 위생 관리 및 정기적인 수질 검사, 적절한 소독 조치를 통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요구된다.